-
1970년대에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올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경쟁사들을 고사시키며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 했습니다.
일본은 계속되는 세계 1위의 무역 흑자를 내면서 막대한 외화를 축적해 나갔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기업들은 일본 기업에 밀려 세계시장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이때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크게 쇠퇴하고 그 여파로 미국 최대의 자동차 생산지였던 디트로이트는 현재 버려진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일본의 GDP는 모든 아시아 국가의 GDP를 합한것보다 더 높았으며, 세계 50위 기업 가운데 36개가 일본 기업이었을 정도로 독보적인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는데 당시 한국의 국민 총 생산량이 NTT 시가총액의 70% 정도였다는 점입니다.
80년대의 한국은 다들 알다시피 3저 현상으로 우리나라에 유례없던 경제 호황기였던 시대입니다.
어느 기업의 시총이 올림픽까지 개최한 국가의 전체 생산량보다 거대했다는 점을 봤을때, 당시 일본 기업들의 위용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석가들이 미래에는 일본 기업만 남아있을 것이라 예측했을 정도 입니다.
실제로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미국 기업의 대부분이 일본에 인수된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당시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일본에 대한 두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반일 감정은 높아져 갔고 이에 미국은 대 일본 재제의 일환으로 플라자 합의를 체결하게 됩니다.
플라자 합의란 인위적으로 엔화가치를 절상시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 시키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어느정도 먹혀들어가 일본의 성장은 잠시 주춤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일본이 내놓은 해결책은 금리 인하와 부동산 규제 완화였습니다.
정부가 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자 수많은 자본이 시장에 풀리게 되었습니다.
갈곳 없는 엄청난 돈이 부동산에 몰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면서 기업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너도 나도 투기 시장으로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정부는 기업이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하여 주식이나 채권등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것은 주식 가격이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수백배 이상 폭등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거품경제 말기인 90년대 초반에는 NTT가 한주당 400만엔 정도였는데, 2020년 현재의 삼성전자 주식 가격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수준이었는지 감이 잡힐 것 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주식보다 훨씬 더 심각 했습니다.
이때 은행은 자기 소유의 토지나 집이 있으면 시세의 2배까지 대출을 허용했는데, 전국민이 투기판에 뛰어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그러면 그것을 담보로 더 많은 돈을 빌려 또다시 부동산에 투자하기를 반복 했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내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가 5억에서 10억으로 올랐다면, 이전에는 10억의 돈을 대출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20억의 돈을 대출 받을 수 있게 됩니다.
20억을 대출받아 투자한 집값이 40억이 되면 그 다음에는 80억을 대출받아 또 부동산을 사고, 온 국민과 기업들이 이것을 반복하니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집값이 말도 안되는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게다가 기존에 도쿄에 살던 무주택자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시 외각으로 빠져나가니 자연스레 외각의 수요도 높아져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더이상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정점을 찍은 부동산은 어느 순간 수요가 뚝 끊기게 됩니다.
이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은행들이 시중에 풀린 돈을 급하게 회수하자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도 후폭풍으로 부터 안전하지 못했습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은행도 결국 그들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경제 부흥기를 이끌어 왔던 수많은 우량 기업들이 파산하자 일본은 한순간에 거의 대부분의 국가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장기불황의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경제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부도의날의 시발점 한보사태 (0) 2020.02.29 다시는 오지 않을 한국의 역대급 경제 호황기 (0) 2020.02.28 [경제용어] 젠트리피케이션 (0) 2020.02.25 직장인들이 할수있는 현실적인 부업 (0) 2020.02.24 연봉에 집착하지 말자 (평균연봉의 함정) (0) 2020.02.23